IB의 몰락인가?

아, 오랜만입니다. 서동훈의 서정규입니다.
오랜만에 끄적여 볼까 합니다 ㅋ

끔직하기 그지 없는 한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책에서나 보던 금융 시장의 위기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로우면서도, 그 정경은 한편으로 매우 무섭기까지 하네요. 금융 시장의 1인이 되고자 지금도 여기저기 자소서에 열중하고 있는 와중에, 요즘의 제 생각에 대해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1. 금융 위기, 왜 못 막았을까?
이번 금융 위기가 전개되는 것을 보며 왜 이 것을 막지 못했나에 대한 답을 찾으면, 앞으로 미국 정부가 어떻게 하게 될 것이다에 대한 추측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물론 정부의 조치는 이미 상당부분 결정이 되었지만요.ㅋ) 막지 못한 이유는 시장에 문제가 들어난 시점과 그 규모에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는데요. 본래 금융위기를 막는다라는 것은 자산의 거품이다 라는 것을 적절한 시점에 판단하고, 더 큰 규모가 되기 전에 털 수 있게 해야하는 것이다라고...저는 생각하는데... 이번 사건이 시점이 늦고, 그 규모가 커지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경제의 호황, 골디락스에 눈이 멀다. "
2007년 초 이미 HSBC는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의 부실 규모를 공표 했었고, 2006년 부터 시작된 금리의 상승과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기술적 분석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펀더멘털에 대한 의문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이머징 마켓의 성장과 그에 따른 자본, 투자 수익이 선진국으로 흘러들어가고 그 것이 다시 이머징 국가의 생산품에 소비되는 선순환으로 만들어지는 낮은 인플레의 성장이라는 골디락스, 그 달콤함에 빠져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속에서 아무도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겠죠.

둘째 "장외 파생상품, 금융 공학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 정부의 감시체제"
장외 파생상품이라 할 수 있는 ABS, MBS, CDO, CDS 등의 유동화 증권, 구조화 채권, 금리 파생상품은 은행의 건전성의 확보와 자산의 유동화, 그리고 새로운 투자처를 만든다는 강점을 뽐내며 투자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그 중 CDO는 우리가 통계 시간에 배우는 가장 기본적 법칙인 대수의 법칙을 그 기본적 아이디어로 삼고 있는데요. 이는 다양한 채권들, 즉 자산들을 한대 묶어 좀 더 시장에 잘 유통될 수 있도록 "자르고, 색칠하여" 새로 만들어냄으로써 투자자들에겐 기호에 맞는 투자 재료를, 은행 등과 같은 채권의 만기 조절이나 상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싶은 기관들은 그 고민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 공급이 모두 잘 맞아 떨어졌죠. 그런데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그걸 만들어서 안전하다고 이야기하는 금융 공학을 하는 이들, 그리고 그 것을 평가한 공공 기관들, 그 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아무도 들여다 볼 수 없었습니다. 거래가 잘 이루어지니 금융공학자들은 너도나도 더 복잡하고 정교한 상품을 내 놓았고, 평가자나 감시자나 그들이 만들어내는 내용들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에는 시차가 존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미국의 내부적 상황에 맞물려, 금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국, 그리고 신나게 이 나라 저 나라 금융 시장의 자유화를 뚫어놔 이 복잡한 거래는 국경을 넘어 오가면서 더욱 더 진행 상황을 알 수 없게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정부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담보대출을 했던 가난한 이들이 파산을 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주재료로 써서 만들었던 모든 파생상품들이 도미노가 무너지듯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자산으로 증권을 만들고, 그걸로 파생상품을 만들고, 또 그걸로 파생된 상품을 만들고 해서 시장에 신상품을 만들어 사고 팔던 투자은행들이 바로 지금 그 어마어마하게 커져버린 부실자산의 크기에 눌려 숨을 멎게 된거죠.

크게 키워드로 요약을 하자면, 근본적인 이유는 역사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近因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꿀맛 같은 성장", "금융공학의 눈부신 발전 그러나 그 발전에 못미친 감시 체제"라고 하겠습니다. 거기에 하나 더 붙이자면... "욕심"이겠죠.

2. 그럼 미국은 어떻게 할까? 신문들은 IB의 종말이라고 하는데 IB 몰락하고 CB의 시대가 오나?
글쎄요. 일단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정치체제를 알아야 의사결정이 돌아가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고, 법 체제를 알아야 무엇을 뜯어 고칠지를 알 수 있을테니까요. 아 물론 이 것은 매우 구체적인 문제이니까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큰 골자는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제가 근인으로 앞서 이야기한 "꿀맛 같은 성장". 이는 고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과거에 내놓았던 "무역의 힘"이 실제로 우리 눈 앞에 일어난 현상이고 이를 반박할 만한 강한 논리, 이론적 근거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꿀맛 같은 성장을 만든 실물경제에서의 자유 무역이라는 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바꾸기엔 너무 늦었다 싶은 감도 있습니다. 지금 바꾸려면 각 국이 더 큰 고통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고쳐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MONITORING"입니다. 여러 전문가들은 미국에 Deregulation의 시대가 가고 Reregulation의 시대가 올 것이라 합니다. 규제, 생길겁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자유화라는 기조를 크게 무너뜨릴 만큼 큰 규제가 생기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생긴다면 미국은 정말 멋진 나라입니다.ㅋ)

이유는.
IB의 자기자본 투자(온갖 상품에 자기 자본에 타인자본 얹어서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일)와 Structured Finance(구조화 상품을 만드는 일)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는데요. 제 생각엔 마치 한국은행이나 재경부, 통계청 등에서 하는 것처럼 거래되고 있는 상품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시되고 시장에 알려진다면, 거품이라는 것이 생기기 전에 정책 당국이나 투자자들이 그 조짐을 더 잘 알아차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이 엄청난 재정적자에도 금융의 힘으로 경제를 견인해 왔던 시스템의 대안을 찾지 않는 한은 금융의 힘을 쉽게 버리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장기적으로 규제가 생긴다면 그런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한 정보와 위험도, 거래현황과 같은 세부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쪽으로 규제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PI 측면에서는 약간의 가격 변화에도 큰 손실을 만든 PI의 레버리지에 대한 규제와 함께, Structured Finance와 같은 딱새(상품 만드는 일을 시장에서는 딱새라고 하더군요 ㅋ)들이 하는 일에 대한 보고와 공시 의무를 강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3. 그럼 IB는 없어진게 맞나? CB의 시대가 오는건가?
IB가 없어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 입니다. IB 업무의 본질은 기업들이 직접 금융 시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일을 돕는 금융 서비스입니다. 즉 다시 말해 기업들이 없어지지 않는한 IB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전과 같이 큰 레버리지로 소화할 수 없는 거래를 소화시키고, 높은 수익을 얻는 기존의 공격적인 IB업무는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IB는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다른 모습의 IB가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그 다른 모습으로 CB의 시대가 왔다기 보다는 제 생각엔 Universal Bank의 시대가 왔다라고 말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UB는 IB와 CB의 업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금융 시장에서 할 수 있는 굵진한 모든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는 "진정한 금융기관"이라고 할 수 있죠. 과거 미국이 독립하고 유럽과의 무역으로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절, JP Morgan이라는 대표적인 Universal Bank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Universal Bank 보다는 업무의 복잡성이 적었겠지만, 간접 금융 시장, 직접 금융 시장 할 것없이 자금의 수요자들과 자금의 공급자들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수행했던 기관이었습니다.)

지금 그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군요.ㅋ
( 당시 유럽 유수의 금융 기관을 제치고, 미국의 성장에 힘입어 국제적인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성장한 JP Morgan은 이후 기업 정보를 이용한 시장 조작 등의 구설수와 몇몇 금융 위기를 겪는 가운데에 Morgan Stanley와 JP Morgan으로 IB와 CB가 쪼개져 지금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한 10년 전 JP는 맨하탄 체이스와 합병하여 CB 부분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House of Morgan을 참조하시길. 그 책을 보면 JP Morgan이 미국의 경제 성장을 도우며 성장한 다이나믹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읽은지 꽤 돼서 세부적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네요)

대표적인 글로벌 UB는 씨티그룹, 도이치방크, UBS, JP Morgan chase, HSBC 등 입니다. 기업의 성향에 따라 CB부분이 튼실하여 그 쪽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도 있고, IB쪽이 튼실한 기업도 있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가장 싼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CB 부분이 전체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큽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과거의 IB업무만 하던 금융기관들에 비해 규제를 많이 받아왔고, 제약도 많았죠.

이런 공룡같은 기업들이 이전 보다 더 IB쪽에 힘을 실어서 국제 금융 시장을 누비고 다니게 되지 않을까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IB만 하던 애들이 하던 일들을 이제 할 수 있는 애들이 없어졌으니, 이들이 하게 되겠죠.

즉, IB가 하던 수익 모델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겁니다. 이전보다 수익률은 좀 떨어지겠지만...

이쯤 되면 이제 우리나라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죠.

4. 자통법을 앞둔 한국, 어떻게 해야할까?
글로벌 IB를 만들겠다는 한국 정부의 강한 의지,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던 글로벌 IB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와중에, 많은 이들이 의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망할라고?"

한국은 아직 규제가 많은 나라입니다. 미국처럼 어느 한 자산에 대해 그 가치의 60~80%나 되는 담보대출을 해줄 수 없는 나라입니다. 레버리지도 그렇구요. 이 사건으로 그런 규제를 쉽게 풀 것 같지는 않구요.

자통법에 대한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고 봅니다. 한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을 갖고는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성장을 하기에 그 내부의 금융시장 구조가 규모 면에서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질적인 능력면에서나 아직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다고 봅니다. 국내의 자본의 흐름, 나아가 세계의 자본이 한국 경제 속에 원활하게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통합과 경쟁을 통한 경쟁력 마련은 필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걱정되는건...
단기적인 성과에 매우 집착하는 한국인의 기질과 '수익성'을 빼면 남는게 없는 IB가 만나면 유례 없는 광기, 거품, 그리고 붕괴를 만들어내진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뭐 기우이길 바래야겠죠.
사실 코스피의 추락 속에 엄청난 "Fund Run"이 일어날 것 같아 걱정했는데, 그런 일이 안일어나는 걸로 봐서는... 우리의 기질 속에 어쩌면 장기투자 성향이 있거나, 아님... 언젠간 오르겠지 하는 낙천성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2008.09.24

by Stephanos | 2008/10/07 22:28 | 思考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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